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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 CARBON CRANK, 1ST Gen. 본문
RECORD CARBON CRANK, 1ST Gen.
하필, 처음 만난 것이 최고의 부품이었다. 자전거를 구입한 이래 첫 단체 라이딩 모임에 나가서 본 게 캄파뇰로 레코드였다. 샛노란 룩 프레임에 장착된 달덩이 같이 둥글고 매끄러운 은색 레코드 캘리퍼 브레이크가 그리도 인상에 깊게 남았고, 아직도 기억난다. 그걸 본 이후 동경이자 내 꿈의 이름이 캄파뇰로 레코드가 되었는데, 레코드 티타늄에서 레코드 CT까지는 여전히 참 매력적인 부품이라고 생각한다.
첫사랑은 은색의 레코드였다. 하지만 캄파뇰로 레코드는 카본의 시대를 가장 앞서나간 브랜드였으니, 시마노보다 먼저 새카만 크랭크를 출시한다. 여담이지만 은색 크랭크라고 다 똑같은 건 아닌데, 시마노 울테그라와 듀라에이스는 광택이 다르다. 듀라에이스가 코팅 덕분에 좀 더 은은하고 깊이 있는 광택이랄지. 광택만 보면 레코드 티타늄은 사실 울테그라 쪽에 더 가까웠는데(...) 레코드 CT의 은색 알루미늄 파트에 와서는 또 광택이 변한다.
소라 급 컴포넌트를 장착한 입문용 로드바이크도 일주일 통학하면서 한 번을 볼까말까 했던 시절. 듀라에이스나 레코드를 사용할 정도면 사실 자전거를 보는 눈이 보통 까다로운 이들이 아니다. 당시 레코드 알루미늄 크랭크 암은 직선을 살리면서도 둥근 면이 조화를 이루고 군더더기 하나 없는 것이 미니멀리즘을 추구했다고나 할까? 딱 크랭크 계의 아이폰, 미의 결정체 같은 녀석이었다.
그런데 캄파뇰로가 2002년에 내놓은 레코드 카본 크랭크라는 것을 봤을 때 여러 사람들 반응이 “야, 이...”
각이 딱딱 지고 뭔 우주선같이 생긴 게 기존 레코드의 우아함이라곤 눈을 씻고 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레코드 1세대 카본 크랭크 암이란 녀석은 각진데다 옆에서 보면 샌드위치 같은 접합부가 툭 드러나고, 쌓아올린 카본 레이어가 단층처럼 드러난 것이 지질학 교보재다. 고급 컴포넌트의 보석 같은 매끄러움에 익숙한 사람들 눈엔 얼마나 흉물스러웠을꼬? 심지어 유려하게 휘갈겨 쓴 캄파뇰로 로고조차 없이 투박한 글씨로 이름표마냥 ‘레코드’ 라고 써 놨는데 뒤통수 맞은 기분 아니었을까.
그래서 1세대 모델의 뒤이어 2세대 카본 크랭크가 출시된다. 구글을 아무리 뒤져도 이미지가 안 나올 정도로 초고속 단종. 불가사리처럼 생긴 2세대 크랭크를 본 사람들은 1세대가 얼마나 잘 생긴 크랭크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캄파뇰로는 이후 시마노의 아웃보드 베어링 타입 2피스 크랭크의 대항마라 할 수 있는 레코드 울트라토크를 출시하고, 지금에 이른다.
그리고 레코드 1세대 카본 크랭크는 중고 부품 장터에 올라와도 별 인기 없는 부품 취급을 받다가 사라지고. 이제 와서 그 투박함의 매력에 눈 뜬 사람들에 의해 몸값이 올라가는 부품이 되었다 한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부품이라, 오랫동안 찾았던 크랭크. 출시 당시엔 학생인데다가 돈이 없어서 못 샀다. 지금도 배고픈 건 마찬가지지만 언제나 나를 수호해주는 천사 V☆I★S☆A 카드가 있으니까♡
촬영까지 끝났으니 크랭크는 장롱에 봉인. 이제 더이상 자전거에 장착될 일은 없을 듯. 언제 다시 꺼내게 될지는 모른다. 레코드 BB나 구할 수 있을 때 더 구해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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