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 MADONE 9 RSL, ν-ASURADA

트렉(TREK)의 에어로 로드바이크 마돈(MADONE) 9시리즈를 작년 처음 만났을 때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사실 마돈의 이전 모델에는 몇 세대인지도 모를 만큼 관심이 없었고 대체 매력이 무엇인지 이해가 안 갔지만, 이번 마돈 9시리즈는 이전 모델과 전혀 상관없는 자전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지다.

공기역학적 디자인이 접목되고, 성능이 어쩌고 하는 부분은 솔직히 엔지니어들의 영역이다. 알아서 어련히 잘 했겠지. 공기역학적 성능이 마돈보다 뛰어난 자전거가 튀어나온대도 '마돈보다 멋있지 않으면' 관심 안 갈 듯 하다.

이 벡터윙 말인데, 공기역학적으로 저 윙이 열리는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사실 브레이크 시스템을 카울로 완전히 덮었더니 핸들을 돌릴 때 케이블스토퍼와 간섭이 생겨서 할 수 없이 윙을 만들어 열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

하지만 말이지 '아스라다가 날개를 펼치는 걸 보면서 공기역학적 성능을 따지나?'와 같은 이유에서 마돈은 정말 멋지다. 날개가 열리고 펼쳐지는게 막 자전거에서 구현되니 기가 막히지 않나?

개인적으로 스캇 포일이 참 매력없는 자전거라 생각한다. 성능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기존 부품과 호환성을 최대로 유지하면서 최대한의 공기역학적 성능을 구현'했다는 콘셉트가 맘에 안든다. 한마디로 전용 부품을 피하고 보통 부품 써서 최대한 성능을 끌어올렸다는 소린데, 반대로 말하자면 '극한을 추구하지는 않았다'는 소리로 들린다. 솔직히 전용 부품 개발비용 아끼느라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물론 이건 개인취향이고 성능과 콘셉트 차원에서 보면 포일은 잘 만든 자전거다. 하지만 드림바이크로 꿈에 나올 것 같진 않다.

 

개인적인 취향을 떠나서 마돈 9시리즈는 실제로 가장 진보한 올라운더 에어로 바이크라 생각한다. 캄테일 버추얼포일 이런 건 어차피 CFD로 구현하는거고, 내 눈으로 성능을 확인할 방법은 없으니 신경도 안 쓴다. 어련히 잘 만들었겠지. 실제 여러 브랜드가 공개한 공기역학 수치는 비등하다. 다만 눈에 보이는 건 디테일이다.

케이블을 감춰서 얻는 공기역학적 잇점, 정확한 수치는 모른다. 일단 헬멧부터 바꾸고 털 뽑고 기름 바르면 더 빨라질지 누가 아나? 그런데 저 텅 빈 콕핏이 시원하다. 내겐 그걸로 충분하다.

케이블을 죄다 안으로 집어넣었는데, 저 스템의 '모가지'를 기가 막히게 마감했다. 핸들링의 간섭도 없고 더욱 중요한 건 브레이크 레버를 잡을 때 느낌이 장난 아니게 부드럽다는거다. 제동력이 충분하더라도 뻑뻑하거나 스프링 텐션이 지나치게 강한 레버라면 도저히 좋아할 수 없다. 아마 오래 쥐면 손이 굉장히 피곤할 게 분명하니까.

시트튜브와 시트스테이 안쪽 연결부의 마감은 기가 막히다. 프레임을 개발하면서 가장 골머리를 썩였던 부분이라 말한것이 이해가 된다. 마치 3장의 날개를 겹친 양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시트튜브의 ISO SPEED 디커플러가 작동할 수 있게 했다. ISO SPEED의 효용성을 빼놓더라도 관능미가 느껴지는 디자인이다.

 

 

이건 실측 무게. 비슷한 시기에 나온 라이벌 최상급 모델보다 약 1kg이 가벼웠다. 지금 부엘타에서 트렉-세가프레도 선수들이 마돈을 언덕에서도 타는 이유, 이 사진이면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나 싶다.

 

 

개인적인 불만 하나는 팩토리 레이싱 팀 컬러가 너무 멋지다는거다. 그런데 솔직히 낮은 헤드튜브의 H1 핏은 별 필요 없는데도 저 팀 컬러 모델을 손에 넣기 위해 프로젝트 원을 주문하거나 레이스 숍 리미티드 버전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 (아, 프로젝트 원을 주문 할 것 같음.. 무조건 불꽃!!!)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팀 컬러 모델은 절대 저렴하게 출시 안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비싸게 내놔도 팔 수 있는 물건은, 비싸게 파는 것이 옳다. 물론 마돈 팀 컬러 모델을 손에 넣지 못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유감이다. (게다가 eTAP 장착하려면 체인스테이의 SHMANO 로고를 지워야 할 것 같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