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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ZUKI CAPPUCCINO, 엔진 오버홀... 부품 수배
스즈키 카푸치노를 데려오던 날, 약 200km 고속도로 주행 후 주차장에서 보닛을 열어 엔진오일 잔량을 확인해보니 Empty.... 딥스틱에 묻어나오는 오일이 아예 없었다. 오일이 모자라거나 거의 없는 상태에서 장거리 주행을 한 셈이니 엔진 손상에 대해선 걱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외에도 엔진 헤드에서 밸브리프터 문제라 여겨지는 타다다다다닥 하는 소음이 들렸고, 이후 점점 심해졌다.
일단 귀에 들리는 밸브리프터 소음은 리퀴몰리 밸브리프터 소음제거제를 한 통 부어 넣으니 확실히 줄어들긴 했는데, 분명 보충한지 얼마 안 된 엔진오일이 모자란다고 자꾸 경고등에 불이 들어온다. 장기 주차했던 자리에 흘러나온 오일 자국이 없는 것으로 봐선 아무래도 엔진이 오일을 먹는 듯 하다. 이건 아주 안 좋다.
여러가지 형편상 7월 초가 되어서야 엔진 오버홀을 위해 카푸치노를 정비소에 맡겼다. 레이스카 제작과 정비가 가능한 워크샵이라 소개받았고, 기술 하나는 최고수준이라는 친구의 말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사람이 하는 일, 믿을 만한 사람의 소개라면 어중간하게 기웃거리지 말고 그냥 확실히 맡기는게 낫다.
차를 맡기고 다음 날 엔진을 분리했다는 연락과 사진을 받았다. 실제 견적이 나오기까지 일주일 이상 기다려야 했던 건 함정. 그러고 보니 친구가 한 마디를 덧붙였지, 절대 빨리 진행되진 않을 거라고. "일본 썩차는 석달씩 세워두는 일도 흔해." .....야, 임마! 그리고 썩차라니...ㅜㅜ
차를 맡길 때 새 부품을 구입해 조립하는 개념으로 진행한다면 공임이 저렴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부품은 정비소에서 수배할 수도 있지만, 직접 구해서 보내주면 그걸로 조립이 가능하다고. 일단 부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이 관건이다.
드디어 견적이 나왔는데, 어째 낭보라는 느낌이다. "저, 부품을 알아보니 생각보다 많이 비싼 것 같습니다. 이대로 진행 할까요?" 부품 가격만 250만 원 정도에, 배송비를 더하면 350만 원을 넘어갈 것 같다고. 일단 메이커의 파츠 넘버를 포함해 필요한 부품 목록을 받기로 했다. 목록을 확인한 친구의 말, "미국 쪽에서 구입하는 가격 같은데, 일본에서 구입한다면 좀 더 저렴할 거야."
그리고 30분 뒤...
"아, 이거 비싼 이유를 알 것 같다. 밸브리프터가 장난 아니네."
카푸치노의 엔진은 DOHC라 실린더당 밸브리프터가 4개씩 들어가는데, 이 밸브리프터 한 개의 가격이 이베이에서 70달러 정도 한다. 아마 일본에서 구입하더라도 개당 5000 엔 정도 하는 것 같다고. 개당 7만 원씩 잡아도 12개면 84만 원이다.
"...중국산 OE 부품을 알아보는 방법도 있긴 한데..."
"..."
"그런데 잘못하면 엔진 끝장난다."싼 가격이란 말에 혹해 구글 검색 시작. 스즈키 파츠 넘버 '12860-53A02-000 - ADJUSTER, HYDR VALVE LASH'를 찾아 오만 곳을 다 뒤진 것 같다. 놀랍게도 알리바바에 판매자가 있다. 일본차 파츠를 취급하는 홍콩의 부품상들도 몇 있었는데, 연락이 되는 곳은 알리바바 판매자 뿐이다. 최소 구매수량은 100개라 적혀 있는데, 판매가격이 높아도 좋으니 25개만 구입이 가능한지 물어봤고, 답변이 왔다. 재고가 없단다.
그런데 OE 부품이 있다면 이를 사용하는 차가 있을텐데, 카푸치노 말고는 12860-53A02 밸브리프터를 공유하는 다른 자동차를 못 찾겠다. 수많은 스즈키 경차가 사용하는 F6A 엔진이다. 하지만 카푸치노에 탑재된 F6A 엔진은 유압 밸브 래쉬 어저스터(HLA)가 적용된 DOHC 헤드를 가졌고, 다른 대부분의 스즈키 경차는 SOHC 엔진헤드에 유압 밸브리프터가 안 들어가는 기계식(MLA)이다. 찾아보니 알토 웍스 3세대 RS/X와 RS/Z 모델이 F6A DOHC 터보 엔진을 탑재했고, 4세대 웍스 RS/X와 RS/Z 역시 F6A DOHC 터보를 탑재한다. 그리고 이후 나온 웍스 R 같은 모델에 들어간 것은 경량 알루미늄 블록의 K6A 엔진이다.
(CA71V, CA72V, CL11V, CL21V, CL22V, CM11V, CM21V, CM22V, CN11S, CN21S, CN22S, CN31S, CN32S, CP11S, CP21S, CP22S, CP31S, CP32S, CR22S, CS22S, EA11R, PG6SS... 이 카푸치노와 동일한 F6A DOHC 터보 엔진 탑재 차량이라는데. 마지막의 PG6S는 마쯔다 AZ-1. 카푸치노 후기형은 K6A 엔진 탑재.)
쉽게 말해 카푸치노 엔진은 특별 사양이란 것. 12860-53A02라는 부품은 카푸치노와 알토 웍스 RS/X, RS/Z 같은 소수의 차에만 사용되니 비싼 게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막 이렇게 납득하려는 찰나 상황을 지켜보던 친구가 놀린다.
"내 차도 니 차랑 같은 엔진헤드 얹을까 했는데, 하지 말아야겠다. 겁나게 비싸네 ㅋㅋ"이 친구의 스즈키 알토 웍스에는 F6A SOHC 터보엔진이 들어간다. 유압 밸브리프터를 안 쓴다. 찾아본 자료에 의하면 SOHC 엔진이 저속에서의 토크는 좀 더 좋은데, 최대 회전수는 더 낮은 듯. 계기반을 보면 알토 웍스의 레드존보다 카푸치노의 레드존이 500rpm 더 높다.
그런데 해외의 카푸치노 포럼 SCORE에 올라온 글을 봤더니, 비싼 카푸치노 밸브리프터 때문에 불만인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한 카푸치노 오너가 올린 글에서 '스프링이 좀 더 강하지만 가격이 훨씬 저렴한 동일한 밸브리프터가 V6 3.5 G.M ecotech 엔진에 들어가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라는 글을 우연히 발견했다. (원문 링크)
당장 검색 시작. 그런데 당최 GM의 3.5리터 에코텍 엔진이란 놈이 발견되질 않는다.
3.6리터 V6 엔진은 나오는 걸 봐선 저 호주 친구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GM과 스즈키의 공통분모가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검색하니, 엔진의 정확한 모델 명은 찾지 못했으나 몇 가지 가설이 세워진다.<1> GM의 엔진에 사용되는 저 총알 형태의 밸브리프터의 종류가 하나인 것으로 추정.
<2> GM의 해당 엔진들과 스즈키 N32A, N36A 엔진의 밸브리프터가 동일한 것으로 여겨짐.
<3> 단, 이는 메이커에 의한 정보가 아니라 OE 부품 제조사의 비교 차트에 따른 내용이며, 검증되지 않음.그리고 여러 OE 부품 제조사들이 12860-53A02 호환 밸브리프터를 판매할 때 구체적인 엔진 모델명을 제시하지 않고 '스즈키 용'으로만 표기했다. 그런데, 스즈키 N32A/N36A 엔진에 사용되는 12891-67G01 밸브리프터가 현재도 생산되며, 사진 상으로는 단종된 12860-53A02 밸브리프터와 거의 비슷한 형태임을 알 수 있었다. 이 밸브리프터가 GM의 엔진에 들어가는 것은 확인했으니, 저 호주 친구가 찾은 밸브리프터와 같거나 유사한 부품일 가능성이 높다.
OE 부품메이커의 부품 호환 차트를 통해 비교해보면, 스즈키 12891-67G01 밸브리프터는 GM의 파트 넘버 '93161686 - LIFTER,VALVE'와 동일한 것이라고 알려준다. 게다가 푸조, 시트로엥, 피아트, 포드, 란치아, 혼다, 마쯔다, 벤츠, 미쓰비시, 토요타, 쌍용, 현대에 이르기까지 오만 메이커의 차에 들어간다는 것.
그래서 현대 모비스 웹사이트를 통해 '24610-03000 - ADJUSTER ASSEMBLY-ROCKER ARM LASH' 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 가격은 3850원. 한 개 주문했다. 카푸치노 엔진의 오리지널 밸브리프터와 비교해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면 11개 추가 주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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